미래만을 생각하던 날이 있었다. 본가 내 방 안에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피해 누워서 음악을 듣던 시절이 있었다. 내 방과 거기서 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P와 이어폰이 있어서 좋았다. 잠시 처음 보는 것을 느끼면서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현재보다 막연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나는 늘 발전하고 있으며 그 발전의 끝에는 완성...
나는 원래 ‘교수님’보다 ‘선생님’을 즐겨 썼다. 교수가 직책이니 하는 얘기보다도 어쨌든 선생으로서 존경 의사를 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원에 와서는 모두가 선생님이 되니, 왠지 모르게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교수님을 구분해야 할 것 같아서 도리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져버렸다. 권위는 호칭보다 포스(?)에서 오는 것이므로 아무리 교수님을 선생님...
지금 자서 다섯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희곡 읽고, 논문 읽고, 그러고 강의 준비하려고 했다. 물론 나는 계획하는 것의 40% 정도만을 이행해왔다. 내 자신이 게으르고 무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편으로 내 속내 어딘가에 그래도 사실 문제는 없다는 것을 (장기적으로도 그럴까?) 알기 때문에 그렇다. 제법 졸린 상태로, 그러나 미루기 싫어서 <스즈미야 ...
시간이 지나야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지, 어느 날에는. 장례도 끝났고, 논문도 마감하고, 학생들 시험기간 챙겨주다 보니 방학이 반 남았다. 대학원생에게 방학이란 없다지만 이주 간 휴식도 아니고 바쁘지도 않은 미로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팔월이다. 써 놓고 보니 딱히 진지해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우울해보이는 팔월이다. 어제는 새로운 학원...
아무 걱정 없이 질질 짤 수 있을까. 모르겠다.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어 쪽잠이라도 자려고 누웠는데 잡생각만 많아졌다. 혼자였다면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친구와의 카톡 기록을 되짚어보며 만난 날에 혹시라도 같이 찍은 사진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같이 먹은 음식만 종종 찾아냈을 뿐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지만 변변찮은 기록 하나 갖고 있지 않고 ...
우리는 언제부터 새벽에 오는 전화를 두려워하는가? 불과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에 오는 전화에 천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을 수 있었던 내가 갑작스러운 연락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몇 년 사이에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친구, 트친까지 여러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나는 아빠가 죽던 날 누나 전화를 일부러 한 번 받지 않았다. 능청...
나는 올해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다. 한창 동안 열심히 하던 '오버워치'가 사실상 망해버린 이후 어쩌다 하게 되었는데, 이거 진작에 하든지 아예 하지 않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십 년이나 된 게임의 진입장벽은 상당했으며 페이커라는 인물의 커리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으니까. 이 게임은 (특히 오버워치와 비교해서) 정말 끔찍하다. ...
오랜만에 만난 집주인은 낯선 인상이었다. LH대학생전세임대주택(지금은 청년전세임대주택이다) 마지막 계약 기회를 기존에 살던 집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사가 고달프기도 했고 지나친 오르막 위에 있다는 것 외에는 불편한 점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전세 일 억짜리 집이기에 월세였다면 애초에 살지도 못했을 집이다. 나는 총3순위 중 2순위(도시근로자소득 50% 이...
있는 기능을 썼을 뿐이다? 트위터의 리트윗 시스템은 두 가지 기능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의 타임라인에 상대방의 트윗을 그대로 옮겨오는 리트윗(RT), 그리고 하나는 기존 트윗을 인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인용(인용RT) 기능이다. 만들었으니 쓰라고는 하지만 이 인용 기능은 어딘지 항상 좋게 사용되는 걸 보지 못했다. 한때 '초멘나사이'와 더불어서 이...
5.모든 글쓰기가 노동이 될 수는 없다 아마추어는 왜 프로가 되려고 하는가? 그것은 돈과 인지도(이 둘은 상호교류한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 이미 등단을 하고, 일정한 인지도를 쌓은 작가의 글이 적절한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는 논의에서 배제된다. 결국 이 시리즈가 찌르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서부터 프로인가'이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
이 글에서 '합평자'는 '합평을 받기 위해 작품을 들고 오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상을 말하는 사람은... '감상자'라고 부르겠다. 부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글쓰기는 오랫동안 환상화, 신성화되어 왔다. 그 때문에 글쓰기는 다른 예술들이 굉장히 고도의 영역에 진입할 때만 이야기하는 '영혼의'(?) 영역을 입문단계부터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
시론은 갱신되는 것이다. 갱신되지 않는 이론을 유지하는 건 자기 자신을 얼마나 공장화시키는 일일까. 그러면 시론에는 무엇이 포함될까. 첫 번째는 무엇을 시로 대할 것인지이다. 내가 시로 대하는 텍스트는 먼저 자기 자신이 시라고 호명한 텍스트, 그리고 텍스트가 스스로 행간에서 구체화시키는 맥락이 존재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텍스트의 이 맥락에 대해 이차 맥...
던전 https://www.d5nz5n.com/ 에서 시를 연재합니다. 비평에는 관심만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시를 쓰다 발생한 수많은 문맥 속 여담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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